떠나기전에…
눈이 펑펑 내리는 것을 보고 일년전의 겨울에 한박눈이 오는 날이 눈에 선했다. 그날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같이 운동장에서 눈 싸움을 하는 모습, 그리고 다들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 범벅이 된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웃음, 그것을 모두 내 머릿속에서 맑게 남아있다. 이제야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것을 실감이 난다. 언어교육원에서 일년반의 언어수학이 끝나가고 있다. 일년반이 길다고 할 수는 없고 짧다고 해도 짧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마음이 따뜻하고 친절한 선생님들의 품에서 살았지만 곧 이 따뜻한 집을 떠나야 할 시점일 것이다.
그날, 한국에 처음 왔을때 한국에 대한 아는 것 하나도 없는 우리가 힘든 오리엔테이션을 겪고 언어교육원에 처음으로 방문을 했다. 그땐 가을 이였다. 나뭇잎의 색깔이 아직도 변하지 않았지만 시원한 날씨를 느끼고 “나의 첫 가을이네!”하고 생각했다. 일년내내 여름만 있는 나라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계절이 참 신기한 것일수밖에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땐 인사말밖에 못해서 한국사람을 만날때마다 무슨 말을 할지 모르고 당황스러운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우리는 말레이시아반에서 공부하니까 한국말로 대화하는 기회가 선생님들과 하는 때밖에 없다.그래서 우리는 다른반 학생들보다 한국말 말하기 실력이 좋지 않았으나 선생님들이 애를 써서 가르쳐 주셔서 고마움을 느꼈다. 내가 잊을 수 없는 선생님들의 말씀이 바로 “한국 친구를 많이 만나세요”,또는 “말레이시아말을 하지 말고 한국말을 하세요”라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거듭 그런 말씀을 하셔도 우리에게는 그것을 실행하기가 무척 어려운 일이였다. 한국친구를 만나는 것이 한국어 선생님을 만나는 것 밖에 못하고, 한국말로 말하려면 인사말밖에 못해서 그랬다.
단풍이 떨어지고 겨울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겨울이 어떤 계절인지 많이 상상을 했고 눈을 너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땐 눈이 오지도 않고 날씨만 계속 추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원래 더위를 좋아하니까 추위가 나에겐 적인것을 느꼈다. 춥기때문에 나는 정신을 못 차렸고 몸이 항상 떨리기만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산에 가야 최저기온이 12도쯤 되고 한국의 겨울은 0하 몇도가 돼서 난 죽을 줄 알았다. 언제한번,한국친구와 놀러갈때는 나만 이상하게 옷을 몇 벌이나 입었다. 그랬더니 친구가 “넌 그렇게 추워? 오늘 별로 안 추운데…” 하고 말해서 그땐 난 쥐구망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첫눈이 내리는 날, 기억이 나지 않지만 12월 8일인 것 같았다. 난 그날엔 한자 재시를 봤다. 눈이 와서 정신이 없어졌기때문에 한자 시험을 망쳤다. 믿을 수 없는 일이였지만 어려서부터 한자를 공부한다고 해서 한자 시험을 망칠 수 없는 법이 없다. 나는 정서가 넘쳐흐르는 사람이라서 기분에 따라 일을 하는 것 같다.첫눈이 많이 내렸다. 하늘에서 온 하얗 눈송이 날아있는 것을 보고 “겨울이 이렇게 아름답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추운 겨울날을 힘들게 지냈고 벛꽃이 폈다. 교실에서 창밖으로 바라보면 벛꽃은 사진속에 보는 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봄날의 교실은 향기로운것 같았다.꽃의 향기가 가득 찬 봄날엔 참 즐겁게 살았던것 같다. 그러나 봄 날씨가 따뜻하고 너무나 좋아서 잠이 잘 오는 것 같아, 항상 학교에서 졸렸다. 모든 사람에게 잠이 잘오는 봄은 공부하는 기간이 아니다고 생각 된다.이제 그때를 생각해보면 우리를 가르치신 선생님들이 힘들었겠다.그땐봄은 연애시절이라는 것도 들었다. 원래 이것을 믿지 않는 내가 이제 믿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주변에 이 계절부터 사귀기를 시작 하는 사람이 많는 것 같다. 계절이 참 아름답고 신기하다. 사람의 정서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된다.
봄날이 날아가, 내가 잘 아는 여름이 드디어 왔다. 여름이 너무 늦게 오지 않나 싶었다.나는 여름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정말 오래기대렸다.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날에 태어났기때문인가? 더운나라에서 살아오기 때문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한국사람들에게 무더운 여름이였지만 나는 해볓이 좋고 땀이 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옷을 많이 입을 필요 없어서 행동하기가 쉽고 겨울보다 낫다.
여름의 짧은 방학때 고향에 갔다오고 한국은 다시 가을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5급 교실에서 창밖의 빨깨지고 있는 가을의 하늘을 보고 일년이 다 지나갔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나의 두번쩨 가을이였다. 그런데 가을이 너무나 짧았다. 가을이 언제나 짧은 것 같다. 가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갔고 겨울이 조용히 들어왔다.
아까, 교실 창밖에 아직도 눈이 오고 있었다. 아직도 겨울이다. 그러나 이번엔 나는 겨울을 빨리 끝기를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겨울이 끝나는 날은 바로 우리가 이 따뜻한 집을 떠나야 될 날이기때문이다. 아, 정말 떠나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 나에게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그리고 부모님이라고 할 수 있는 선생님들을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새롭고 어색한 길으로 출발한후에 난 얼마나 자주 이 따뜻한 곳에 올 것인가? 대답하기 참 어렵다. 지금은 마음이 참 무겁다. 울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다.
나의 첫겨울,첫가을,첫봄… 내가 다니는 어학당에서 지냈던 4계절이 가장 아름다웠던 날이였다. 이곳에서 자내는 날이 꿈속에 살아있던 것 같다. 나는 꿈에서 깨우고 싶지 않다. 하지만 꿈속에서 살수 있는 시간이 끝날 수 밖에 없다. 교실에서 창밖에 바라보는 것을 ,나중에 할 기회가 없지만, 이 일년반은 지울 수 없는 추억이 된어 내 머릿속에서 남아 있다.추억은 내것이다. 추억은 영원하다. 추억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선생님들에게 고맙다고 싶다……